나를 먼저 보내며/강민경
사철 구분 뚜렷함 없이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떨어져 눕는
하와이, 나뭇잎들도
옷 갈아입을 때는 안다
그들에게도 겨울은 온다고
노란 나뭇잎 떨어뜨려
사람들이, 저를 밟고 걷는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똑같은 소리로
한국의 단풍 길을 연상케 한다
내가
어머니 곁에 있겠다고 고집부릴 때
나를 먼저 보내며 곧 따라오시겠다
달래시고 하염없이 손 흔들어
길을 터 주신 그분과 같이
나무도
제 살점을 그렇게 떨구어 내겠지!
가을이면 새로 올 생명을 위해
먼저 보내고 뒤따르며 감내한
벗어버릴 수 없는 희생은
허무하고 서운하고 슬픈
운행(運行) 같지만
지구의 행복은 더욱, 빛나고
거룩한 삶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