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2 03:02

해 넘어간 자리 / 성백군

조회 수 2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넘어간 자리 / 성백군

                             

                                                                                         

 

종일 몸살 앓던 대지(大地)

서산에 떨어지자

신열을 토해내며 기지개를 켭니다

굽은 등이 펴지고 팔다리가 뻗칠 때마다

관절 사이에서 어둠이 기어나와 발바닥을 핥습니다

침묵은 깨어지고

발등으로, 무릎으로, 언어(言語)들이 올라와

귀가 밝아집니다.

 

한낮의 열기가 밀리는 자리에

밤의 정령들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억눌린 육신을 덮어주고

소외된 영혼이 위로를 받습니다

 

삶이 같지 않더라도

생욕은 영원하고

고난의 앞자리가 아프긴 하지만

끝자리도 있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면

고난 속에도 기쁨이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어둠이 깊어 갈수록 별들은 밝아지고

별이 똑똑할 때마다  어둠은 어리석어집니다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넘어간 자리에는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있는

편안한 행복이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4 그리움 이었다 강민경 2010.12.01 734
93 나이테 한 줄 긋는 일 성백군 2010.12.10 736
92 새롭지만은 않은 일곱 '신인'의 목소리 이승하 2005.12.19 738
91 나를 찾는 작업은 확고한 시정신에서 비롯한다 - 장태숙 시집 '그곳에 내가 걸려있다' 문인귀 2004.10.08 749
90 자유의지 박성춘 2010.05.23 750
89 박성춘 2010.02.23 751
88 어느 정신분열 환자의 망상 박성춘 2009.09.21 752
87 1불의 가치 이은상 2006.05.05 756
86 부부 김우영 2011.05.17 759
85 뇌는 죄가 없다 - Brain is not guilty 박성춘 2010.11.21 763
84 30여년 세월의 스승 권태을 선생님께 이승하 2004.09.20 768
83 지나간 자리는 슬프다 강민경 2010.02.20 768
82 긴간사(緊幹事) 유성룡 2010.04.23 780
81 시계 박성춘 2009.10.14 782
80 규보跬步 유성룡 2009.09.14 783
79 김명수 작품집 작품해설(200자 원고지 28매) 김우영 2011.02.10 783
78 살아 가면서 박성춘 2010.10.22 788
77 수필 김우영 작가의/ 주당 골초 호색한 처칠 김우영 2013.10.27 788
76 건널목에 두 사람 강민경 2010.04.18 790
75 김우영 작가가 만난 사람들 김우영 2011.11.15 792
Board Pagination Prev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