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 / 성백군
자주 오가는 찻길인데
그 사이, 길가에
건물 한 채 헐리고 공터가 생겼다고
눈이 당황해하고 정신이 혼미하다
있을 때는 무심했는데
없어지고 나니 아쉬운 것들이
건물뿐이겠는가
종종 함께 산책하던 그 친구
헤어지고 나니 공원이 텅 빈 것만 같다
“여보, 마누라” 하고
언제까지 부를 수 있을까
불러도 대답이 없으면 나는 어떻게 하지
사랑도 세월도 깊을수록 사라질 때는
더 많이 아플 것이다
찻길이야 잘못 갔으면
다시 돌아와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지만
인생길은 일방통행이라 답이 없다.
답은 역시 내가 답이다.
앞뒤 돌아보며 관심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뿐이라고
사라진 건물이 심통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