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에 대해, 경례 / 성백군
영하의 날씨인데
입성을 모두 털어낸 맨몸으로
겨울 문턱을 들어서는 나목
그 결기는, 매서운 바람도 어찌할 수 없다고
흐느끼며 지나갑니다
쉬운 일입니까
전력을 다하여 쌓은 공적을 내려놓는 일이,
고운 단풍이 다 떨어집니다
부도 명에도 권세도 모두 포기했습니다
마음 졸이다 못해 온몸이 까맣게 탔네요
경계를 허무는 일은
한계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예수처럼 죽고 부활하는 일인걸요
알몸으로 겨울을 이겨내는 일입니다
새 세상을 맞으려면
제 몸이 먼저 새로워져야 한다고
오는 봄 앞에 구세대의 모던 기득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알몸이 되어 추위를 견디며 고난을 이겨내는
나목에게 ‘차렷’ 하고, 경례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