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봄날은 간다 / 성백군
코로나-19로
집안에만 갇혀 있다가
달력을 보니 어영부영 5월 중순
봄날이 다 간다
마중도 못 했는데 배웅마저 놓치면
마음이 몸에 미안할 것 같아
사회적 거리 띄우기 눈치를 살피며
산기슭 식물원으로 접어든다
길가
아카시아 폭탄에
언덕 위 플루메리아 산화한다
혼자 피었다가 혼자 떨어지는 꽃들
인적 끊겨 봐줄 사람도 없는데
때 되었다고
봄날은 야멸차게 뜨나 간다
이제 와
나 보고 어쩌라고
나이도 잊고 낙화 한 잎 주워 냄새를 맡으려
킁킁거리는데, 안쓰럽지도 않은지
봄바람이 자꾸 등을 떠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