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금잔디와 나/강민경
사장 둑길에
금잔디
키가 작다고 얕보지 말고
보기에 부드럽다고 함부로 대하지 말란다
만져보니 까칠하고
앉으니 엉덩이를 찌른다
소금끼 절인 바닷바람도 그냥 지나갔다며
파랗게 날을 세우고, 나를 이기려 든다.
그래 너처럼
나도
*외유내강인 여자가 되고 싶은데
그랬다간 너도 알다싶이
요즘 세상에서는
맨날 이용만 당하지 않겠느냐고 하였더니
바닷가 금 잔디
그게 쉬우면 내 이름에 “금” 자가 붙었겠느냐고
미리 겁먹고 행하지 못하는 말뿐인 나에게
금, 금이되라고 가르칩니다.
*외유내강(外柔內剛): 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하게 보이나 마음 속으로 단단하고 굳셈.
사장(沙場): 모래밭, 모래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