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과 / 성백군
뒤란 나무 밑에 잘 익은 망고 서넛
깨진 틈 사이로 아픔이 새어 나와
바람에 씻으며 눈물 말리다가
거역할 수 없는 삶
슬픔마저 접고 나니 티 없이 맑아서
착하고 순하게 땅 위에 누워있다
나무에 달렸을 때는 땅만 보고 살았는데
땅 위에 누워보니 하늘도 보이더라며
개미 진드기, 이름없는 풀벌레들에게
제 몸 먹이로 내어 주고
껍질만 남았다
아깝다.
목숨의 끝자리가 너무 값져
미처 먹어 보지 못한
저 맛,
소신공양(消身供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