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의 친구들 / 성백군
세상 이야기 시끄러울 때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
숲속을 찾는다
산마루 오솔길에
나무, 풀, 꽃, 말은 못 하지만
그러기에 속이지 않고
몸짓으로, 향기로, 색깔로, 방문객을 맞는다
코끝이 찡하고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뚫리는 것 같음에서
저들의 진심을 본다
생긴 대로, 우기지 않고 억압하지 못해도
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 전이되어 발걸음도 가볍게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몰래 왔다가
들키기 전에 슬그머니 사라지며
새 소리, 바람 자국으로
아무도 모르게 기분 좋게 하는, 자연스러움에
잠시나마 세상 객기부리던 내 교만이 부끄러워
벙어리 숲속 친구들에게 세상 이야기 내려놓고
무언의 의미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