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피는 꽃 / 성백군
저 멀고 높은 허공 속
저녁 햇빛을 반짝이며 낙화가 떨어진다
때로는 바람에 몸살을 앓으며
간다
시간의 경계 너머
영원 속으로
삶의 모양을 따라 달라지는 보폭
주춤주춤, 꾸물꾸물, 비틀거린다
무거워서일까
가벼워도 떨어진다
부도, 권세도, 가난도, 행복도, 불행도
다 묻어버리는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세우는 낙화
땅 위에 떨어져
하루를 살아가는 짧은 생일지라도
허공에 꽃 피우고 가는 생화가 된다면
나는 그 생애가 좋을 것 같아
낙화 한 잎 주우며 훗날의 내 생명을 소급해 본다.
1046 – 0424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