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 성백군
길가 보도블록 깨진 틈 사이에서
근근이 이어가는 구차한 삶이지만
그래도
생명이라서
포기가 안 됩니다
한겨울 지날 때는 죽은 줄 알았는데
봄 되어 눈 녹고 응달에 햇볕 드니
그동안
굳었던 몸을
추슬러 일어섭니다
옥토가 아닙니다. 행인에게 밟힙니다
가뭄 때는 숨죽이고 비가 와야 일어섭니다
그러니
잡초라고요
천만에 선각잡니다
원해서 길가에 떨어진 것도 아니요
세상에 만족해서 사는 것도 아닐 테지만
그래도
생명이라서
꽃 한 송이 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