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1 13:26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조회 수 8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새집.jpg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흰 차일이 산허리를 덮었다

여든 여섯

그리도 꿋꿋하시던 생애

흙덩이에 덥혀 답답해 어찌 하실까

차곡차곡 겹쌓은 나날

기쁨과 노여움과 흐리고 맑은 모든 것

붉은 천 쪼가리의 명정銘旌 한 장에

영양潁陽 千公 鎬子 昶子

이렇게 묻힘으로 끝이라니

침구철학인鍼灸哲學人의 불꽃이던 삶

눈물바다의 일엽편주一葉片舟 아니면

구름 꽃길 가시느라 꽃가마 타신 걸까

큼지막하게 참을 인자를 쓰셔

벽에 붙여주시곤 성큼성큼 돌아서 가신 아버지

참을 인자 획 하나에 배어있는 혈맥血脈

끓어오르는 부정父情의 깊은 샘물

우물가를 휘덮은 하얀 천의 차일

그 끝자락 휘감는 바람이 아프다

부디 새집에 드신 아버지로부터

이제는 참 편안 하구나라는 편지가

곧 올 것만 같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6 줄어드는 봄날 새벽 배미순 2007.04.20 247
775 천상바라기 유성룡 2007.08.06 247
774 바람서리 이월란 2008.02.20 247
773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강민경 2016.10.01 247
772 당신의 소신대로 강민경 2015.03.15 247
771 옷을 빨다가 강민경 2018.03.27 247
770 해 넘어간 자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12 247
769 위, 아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15 247
768 풍경 속에 든 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24 247
767 자질한 풀꽃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23 247
766 곱사등이춤 이월란 2008.02.18 248
765 해를 물고 가는 새들 강민경 2014.07.02 248
764 수필 세계 한글작가대회ㅡ언어와 문자의 중요성ㅡ 박영숙영 2015.10.31 248
763 작은 꽃 강민경 2017.11.26 248
762 옛 생각 나서 찾는 바다 / 김원각 泌縡 2020.07.29 248
761 사랑이란 file 박상희 2006.04.25 249
760 멀리 있어 닿을 수 없어도 유성룡 2007.06.17 249
759 벽2 백남규55 2008.09.20 249
758 수필 아프리카의 르완다를 다녀와서-이초혜 미주문협 2017.02.26 249
757 가을비 소리 강민경 2015.10.29 249
Board Pagination Prev 1 ...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