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장落張 / 천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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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봉된 사연 위로 굴착기掘鑿機 지나갔다

봄 틀어 올리던 손, 손등이 툭 터지고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내 삶도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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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끄는 땅거미 따라 무릎 접고 내려온 길

불면의 늪에 빠져 헤어나기 어려워도

얼룩진 내 삶의 낙장落張 빈 시간에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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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나를 안고 따뜻이 덥혀주는

봉분을 가르고 나와 사랑채에 앉으셨던

아버지 장침長針 놓으셨다 절뚝인 몸 쭉 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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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저문 해질녘도 정성껏 길을 닦고

꺾인 관절 일으켜 뚜벅뚜벅 걷도록

어둠도 무쇠 솥 걸어 고향을 끓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