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各自圖生) / 성백군
봄이라지만 아직 추운데
아파트 울 밑 둔덕에 자질한 풀꽃들
무얼 못 잊어 급하게 나왔다가
오들오들 떨며 파랗게 질려있나
춥지?
‘응’
따뜻하게 해 줄까?
‘응’
모닥불을 피워 주마!
‘아니’
고맙지만, 마음만 받겠단다
나는 당신과 다르고 당신은 나와 다르니
각자도생하잖다
그건 그래
나는 나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
고독하고 외롭고 연약하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 그러나
도움을 주고받을 수는 있잖아
햇볕처럼 바람처럼
사심 없는 댓가 없는 하나님의 사랑에
그새, 작은 풀꽃들이 빨갛게 노랗게 하얗게 활짝 피워
아파트 울 밑 둔덕이 천국이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