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시
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94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057 | 시조 | 코로나 19 - 천만리 할아버지 손녀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9.17 | 100 |
2056 | 시조 | 백수白壽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11.25 | 100 |
2055 | 시조 |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2.01.11 | 100 |
2054 | 시 | 꽃샘추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3.07 | 100 |
2053 | 그리운 타인 | 백남규 | 2008.12.10 | 101 | |
2052 | 시 | 오월,-아낙과 선머슴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6.03 | 101 |
2051 | 시 | 나목에 대해, 경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12.31 | 101 |
2050 | 시조 | 실바람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2.17 | 101 |
2049 | 시 | Prayer ( 기 도 ) / 헤속목 1 | 헤속목 | 2021.07.27 | 101 |
2048 | 시조 | 코로나 19 – 아침 길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9.27 | 101 |
2047 | 시조 | 아득히 먼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2.02.04 | 101 |
2046 | 시조 | 뼛속 깊이 파고드는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4.08 | 102 |
2045 | 시 | 그리움의 시간도 | 작은나무 | 2019.03.01 | 102 |
2044 | 시조 | 청소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4.04 | 102 |
2043 | 시조 | 독도-고백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7.25 | 102 |
2042 | 시조 | 코로나 19-낮은 길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9.15 | 102 |
2041 | 시 | 모둠발뛰기-부부는일심동체 / 성백군 1 | 하늘호수 | 2021.06.15 | 103 |
2040 | 시 | 나무 뿌리를 밟는데 | 강민경 | 2018.04.24 | 103 |
2039 | 시 | 오, 노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7.08 | 103 |
2038 | 시 | 못난 친구/ /강민경 | 강민경 | 2018.07.17 | 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