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보다 몇 십배
더 샛노란 산수유가
뼈만 남은 가지를 올라타고
아까부터 꼼작달싹도 안 하고 있다가
내가 눈을 두 번쯤 깜박이는 틈을 타서
얼른 몸을 움직이는 걸 보았다
배경에 엉거주춤 서 있던
키가 큰 소나무 서너 그루도
이때가 때다! 하며 봄바람을 만진다
나는 시야가 뭉클해지면서
원근법이 엉망이 된다
개나리보다 몇 백배 더 단단한
작고 귀여운 뿔들이 샛노랗게 솟아
너무나 부끄러운 산수유 얼굴만 빼놓고
머쓱해 하는 산봉오리 몇몇이며 들판이며
내가 여태껏 애타게 기다린 봄도
초점이 다 흐리멍덩해지는 걸 보았다
© 서 량 2005.03.2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71 | 시 | 엄마 마음 | 강민경 | 2018.06.08 | 112 |
970 | 시 | 넝쿨 터널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6.11 | 133 |
969 | 시 | 물구멍 | 강민경 | 2018.06.17 | 345 |
968 | 시 | 오, 노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7.08 | 96 |
967 | 시 | 가시도 비켜선다/강민경 | 강민경 | 2018.07.09 | 200 |
966 | 시 | 우리는 마침내 똑같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7.17 | 105 |
965 | 시 | 못난 친구/ /강민경 | 강민경 | 2018.07.17 | 92 |
964 | 시 | 바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7.25 | 255 |
963 | 시 | 태풍의 눈/강민경 | 강민경 | 2018.07.26 | 136 |
962 | 시 | 포스터 시(Foster City)에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7.30 | 119 |
961 | 시 | 구로 재래시장 골목길에/강민경 | 강민경 | 2018.08.02 | 303 |
960 | 시 | 적폐청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8.10 | 110 |
959 | 시 | 바람산에서/강민경 | 강민경 | 2018.08.13 | 173 |
958 | 시 | “혀”를 위한 기도 | 박영숙영 | 2018.08.19 | 192 |
957 | 시 | “말” 한 마디 듣고 싶어 | 박영숙영 | 2018.08.22 | 109 |
956 | 시 | 공존이란?/강민경 | 강민경 | 2018.08.25 | 120 |
955 | 시 | 사랑은 미완성/강민경 | 강민경 | 2018.08.29 | 325 |
954 | 시 | 일상은 아름다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8.29 | 148 |
953 | 시 | 담쟁이 그녀/강민경 | 강민경 | 2018.09.10 | 125 |
952 | 시 | 가을 묵상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9.15 | 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