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시
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91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51 | 시 | 가을 총총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10.18 | 157 |
850 | 시조 |
봄볕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3.10 | 157 |
849 | 시 | 섞여 화단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7.12 | 157 |
848 | 밤 바닷가의 가로등 | 강민경 | 2013.07.29 | 156 | |
847 | 시 | 바퀴벌레 자살하다 | 하늘호수 | 2017.03.30 | 156 |
846 | 시 | 기미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 정용진 | 2019.03.05 | 156 |
845 | 시조 |
일주문一柱門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5.18 | 156 |
844 | 시 | 천국 방언 1 | 유진왕 | 2021.07.15 | 156 |
843 | 시 | 겨울비 / 성백군 1 | 하늘호수 | 2022.01.18 | 156 |
842 | 시조 |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1.04 | 156 |
841 | 시조 짓기 | 지희선(Hee Sun Chi) | 2007.03.11 | 155 | |
840 | 여지(輿地) | 유성룡 | 2007.04.02 | 155 | |
839 |
늦봄의 환상
![]() |
손영주 | 2007.05.13 | 155 | |
838 | 나룻배 | 강민경 | 2007.11.09 | 155 | |
837 | 새벽길 | 이월란 | 2008.04.22 | 155 | |
836 | 시 | 연가(戀歌.2/.秀峯 鄭用眞 | 정용진 | 2015.03.07 | 155 |
835 | 시 | 2월 | 하늘호수 | 2016.02.24 | 155 |
834 | 시 | 7월의 감정 | 하늘호수 | 2016.07.22 | 155 |
833 | 시 | 철새 떼처럼 | 강민경 | 2016.09.19 | 155 |
832 | 시조 |
비이거나 구름이거나 바람일지라도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6.13 | 1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