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시
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8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71 | 시 | 희망을 품어야 싹을 틔운다 | 강민경 | 2016.10.11 | 255 |
2270 | 희망은 있다 | 강민경 | 2012.12.26 | 174 | |
2269 | 시조 |
희망希望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11.11 | 132 |
2268 | 시조 |
희망希望
![]() |
독도시인 | 2024.02.19 | 96 |
2267 | 희망 전상서 2 | 김화영 | 2007.09.24 | 219 | |
2266 | 시 | 희망 고문 / 성백군 4 | 하늘호수 | 2021.08.10 | 141 |
2265 | 희망 | 백야/최광호 | 2005.07.28 | 233 | |
2264 | 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노라 | 김우영 | 2013.05.15 | 265 | |
2263 | 흙으로 사람을 - out of earth | 박성춘 | 2011.03.23 | 581 | |
2262 | 시 | 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 강민경 | 2015.10.17 | 250 |
2261 | 흔들리는 집 2 | 이월란 | 2008.04.25 | 365 | |
2260 | 흔들리는 집 | 이월란 | 2008.03.06 | 206 | |
2259 | 흔들리는 것들은 아름답다 | 황숙진 | 2008.07.02 | 447 | |
2258 | 시조 |
흑백사진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5.05 | 303 |
2257 | 휴양지 | 김우영 | 2012.05.16 | 123 | |
2256 | 시조 |
훌쩍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1.22 | 151 |
2255 | 후곡리 풍경 | 손홍집 | 2006.04.09 | 378 | |
2254 | 시조 |
회원懷願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7.03 | 130 |
2253 | 회상 | 강민경 | 2005.09.05 | 302 | |
2252 | 시 | 회귀(回歸) | 성백군 | 2014.03.25 | 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