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6 14:50

사이클론(cyclone)

조회 수 159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이클론(cyclone)*


                                                                      이 월란




벵골의 정글 속, 생존의 발바닥을 핥던 사람들
기척이 없다
움막이 젖도록 울고 있는 여인의 가슴팍에 달라붙어
흡혈귀처럼 젖을 빨고 있는 아이의 눈동자는 아직 살아 있다
물을 길러 가는 퇴화된 검은 두 발들은 여전히 목이 마르다
장난감 블록처럼 널부러진 도시의 조각들이
거대한 밀림의 밑둥 아래서 신음하고 있다
태풍은 지나갔다
살충제 한방에 몰사 당한 개미떼처럼
미얀마의 거대한 파도도 지나갔다
사진 속 원시인들은 소리지르지 않는다
폭풍의 눈은 감겼으며 해일의 귀는 닫혔다
결과로 남은 숫자는 선명한 칼라사진과 함께
6하원칙의 정확한 문장 아래 모니터에 무료히 떠 있다
우린 아무도 구속영장이나 수갑을 들고 태풍을 쫓아가지 않는다
사라진 어마어마한 흉악범의 몽타주도 배포하지 않는다
곳곳에 쌓인 지문을 체취하지도 않으며, 그저 완전범죄를 인정했다
다만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분리수거하며
제3자의 신분증을 달고 우리들의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애쓸 뿐이다
그 극악무도한 범인의 주기적인 범행계획 리스트에 오르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2008-05-06




* 사이클론(cyclone) : ꃃ 〖지리〗 벵골 만과 아라비아 해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성질은 태풍과 같으며 때때로 해일을
                           일으켜 낮은 지대에 큰 재해가 발생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1 이상기온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23 213
1310 시조 달빛 휘감아 피어나는 들풀향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7 213
1309 해 후(邂逅) 천일칠 2005.01.27 212
1308 강민경 2006.02.19 212
1307 곤지(困知) 유성룡 2007.02.28 212
1306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3.04 212
1305 과수(果樹)의 아픔 성백군 2008.10.21 212
1304 너로 허전함 채우니 강민경 2012.06.26 212
1303 자동차 정기점검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21 212
1302 철쇄로 만든 사진틀 안의 참새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5.31 212
1301 시조 코로나 19 – 접혔던 무릎 세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29 212
1300 탱자나무 향이 강민경 2006.03.05 211
1299 하나를 준비하며 김사빈 2007.10.06 211
1298 밑줄 짝 긋고 강민경 2012.11.01 211
1297 가을 편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0.11 211
1296 마지막 기도 유진왕 2022.04.08 211
1295 철로(鐵路)... 천일칠 2005.02.03 210
1294 불멸의 하루 유성룡 2006.03.24 210
1293 돌배나무 꽃그늘 속에서 성백군 2013.03.30 210
1292 미음드레* 이월란 2008.04.28 210
Board Pagination Prev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