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3 17:02

길 위에서, 사색 / 성백군

조회 수 3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길 위에서, 사색 / 성백군

 

 

다이아몬드 헤드 산기슭

해안도로 갓길 낡은 아스팔트 위를 물이 흐른다

꼬불꼬불, 낮은 곳을 따라 흐르다가

높은 곳을 만나면

멈칫거리다가 다시 뒤돌아 가든지,

기다리면서 힘을 모아 넘어가든지

작은 물줄기라도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도관이 터진 것일까?

뒤돌아보면

나도 가계(家系)의 옆구리에서 세 나와

일가를 이루기까지 저 물줄기처럼 어지간히

꾸불거렸다

경북 상주 내서 능바우 산골에서 태어나

대구로 서울을 거쳐 하와이까지

수십 번의 이사를 하고 와이키키에서 안착하기까지는

자식들 삼남매도 한몫했다

이제는 아이들도 다 떠나고 내가 있는 곳은

호텔 1 1107, 간도 한 칸

호텔은 나그네가 잠시 쉬었다 가는 곳 아닌가

얘들아,내 흐름은 여기까지니 지금부터는

너희가 본류고 내가 지류다. 넘실거리는 강이 되어라.

 

벌써, 오늘 하루의 산책길도 내리막 끝 길

내 인생길도 그러한데 바람은 여전히 거칠게 분다.

세 시간 도보에 지친 무릎은 주춤거리고

뒤돌아보니 저녁 어스름 속으로 지나온 길이 까무륵하다

쉴 시간이 없다고 바람은 등을 마구 밀고

어둠 속 벼랑 끝에서 나뭇잎 한 잎 빗금을 치며 떨어진다

바람에 날리며 껑충껑충 땅바닥에 닿을 듯 말 듯 구르는 낙엽은

세파에 밀리는 사람 한평생

앞으로 남은 생이 대충대충 급하다는 징조일까?

 

이제, 그만 갔으면 좋겠다

마음은 이미 쉴 곳을 찾아 바람벽을 더듬는데

몸은 아직은 아니라며

마음이 내 안에 있는 한 멈출 수가 없다며

마지막 여력을 다해 기운을 모으느라

잠시 수평선 위 서녘 하늘이 환하다

지는 해를 배웅하느라 끙끙 피똥을 싼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1 드레스 폼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1.11.16 170
1310 시조 부딪힌 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4 170
1309 늙은 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14 170
1308 Fullerton Station 천일칠 2005.05.16 171
1307 잔설 강민경 2006.03.11 171
1306 방향 유성룡 2007.08.05 171
1305 돈다 (동시) 박성춘 2012.05.30 171
1304 진짜 촛불 강민경 2014.08.11 171
1303 강설(降雪) 하늘호수 2016.03.08 171
1302 이웃 바로 세우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2.27 171
1301 물 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25 171
1300 시조 벽화壁畫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04 171
1299 시조 젖은 이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7 171
1298 진달래 성백군 2006.05.15 172
1297 하다못해 박성춘 2008.03.25 172
1296 소라껍질 성백군 2008.07.31 172
1295 길 잃은 새 강민경 2017.06.10 172
1294 나에게 기적은 강민경 2020.01.22 172
1293 시조 아침나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08 172
1292 시조 뜨겁게 풀무질 해주는 나래시조, 50년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14 172
Board Pagination Prev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