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20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겨울 나무는
벌거벗은 사람이다

내 서재 밖에서 혼자서만
땅과 45도 각도로 뾰족하게
꼼짝달싹하지 않고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수직으로 뻗은 다른 나무들 허리를
슬쩍 가로 지른다
다른 나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놈이 왜 이래?” 한다

그 겨울 나무는
눈도 코도 궁둥이도 없는 사람이다
말도 못하고
모순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피부가 거무티티하고
키만 형편없이 큰 사람이다
땅과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채
허리가 삐딱하게 휘어져도 아픈 줄 모르고
내가 죽고 난 다음에도 그냥 그대로 서 있을,
늦은 오후 비라도 죽죽 내리는 날에는
남 몰래 엉엉 울고 있는 사람이다

© 서 량 2005.02.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94 범인(犯人) 찾기 성백군 2011.09.12 354
1593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김우영 2011.10.01 673
1592 몸으로 하는 말 강민경 2011.10.05 249
1591 이현실 수필집 /작품해설 / 김우영 2011.10.14 683
1590 그림자의 비애 성백군 2011.10.17 329
1589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온 걸까 강민경 2011.10.21 340
1588 김우영 작가 독서노트 김우영 2011.10.24 836
1587 주시 당하는 것은 그 존재가 확실하다 박성춘 2011.10.25 181
1586 산동네 불빛들이 강민경 2011.10.30 182
1585 공기가 달다 박성춘 2011.11.02 258
1584 헬로윈 (Halloween) 박성춘 2011.11.02 286
1583 알을 삼키다; 세상을 삼키다 박성춘 2011.11.05 379
1582 나는 왜 시를 쓰게 되었나? 박성춘 2011.11.06 470
1581 야자나무 밤 그림자 강민경 2011.11.06 444
1580 바람 사냥 성백군 2011.11.07 219
1579 김우영 작가가 만난 사람들 김우영 2011.11.15 792
1578 떨어지는 해는 보고 싶지 않다고 강민경 2011.11.26 427
1577 김우영 작가 만나 사람들 출판회 성료l 김우영 2011.11.27 639
1576 달빛 성백군 2011.11.27 253
1575 세 쌍둥이 難産, 보람으로 이룬 한 해! 김우영 2011.12.21 341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