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0 13:30

목소리

조회 수 17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목소리


                                                                                        이 월란





고뿔에 걸린 지난 밤 기회만 엿보던 목소리가 도망쳤다
토호들이 뱉어낸 도그마(dogma)는 이미 대기권을 장악했다
하중을 견디지 못한 구름은 비가 되어 갈라진 땅에 고이고
간간이 스크럼을 짠 분노들이 싹쓸바람이 되어 쳐들어오기도 했다


때로 눈밝은 사람들은 맹풍이 휩쓸고 지나간 쑥대밭에서
오래전에 자신들이 뱉어놓은 것들의 잔재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목 꺾인 언어 조각들이 자기들 것이라고 아무도,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진 않았다
신문지상엔 어제까지 일어났었고, 오늘도 일어나고 있으며
내일도 일어날, 그저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무시로 보도 되었으며
그 미친바람의 속도와 피해상황만이 정확한 과학적 수치로 헤드라인을 장식하였다


꽃타래가 주절거리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무한궤도가 장착된 설소차의 배토판에 긁힌 거친 땅 위로
욕망이 삽질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생포된 꿈들이 탐조등 아래 엎드려 묵은 가요의 후렴처럼
응얼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소리의 폐해가 또다른 소리를 잉태하고 있는 땅끝마을
목을 세운 소리관들이 여기저기에서 웅성웅성 걸어온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74 사랑스러운 우리 두꺼비 file 최미자 2008.09.10 559
1273 사랑. 그 위대한 힘 JamesAhn 2007.10.06 501
1272 사랑(愛)…, 사랑(思)으로 사랑(燒)에…사랑(覺)하고….사랑(慕)한다……(1) 작은나무 2019.04.07 169
1271 사랑 4 이월란 2008.03.02 110
1270 사람에게 반한 나무 강민경 2017.07.01 122
1269 사람, 꽃 핀다 이월란 2008.05.04 224
1268 사람 잡는 폭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25 134
1267 사과껍질을 벗기며 곽상희 2021.02.01 131
1266 시조 뿌리에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15 216
1265 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02 271
1264 뽀뽀 광고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31 114
1263 시조 뼛속 깊이 파고드는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08 101
1262 시조 뼈마디들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05 138
1261 시조 뼈 마디들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11 95
1260 시조 빨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8 183
1259 빛이 되고픈 소망에 강민경 2009.08.03 653
1258 빛의 일기 강민경 2018.11.15 118
1257 빛의 얼룩 하늘호수 2015.11.19 238
1256 빛의 공연 하늘호수 2015.11.30 232
1255 빛에도 사연이 강민경 2019.06.06 131
Board Pagination Prev 1 ...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