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2 17:30

아름다운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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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엽서 / 성백군


간밤에 비바람 몰아치더니
알리와이 운하(運河)에 낙엽들이 모여앉아
흐르는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손을 담근 미루나무 잎, 발만 담근 맹고나무 잎,
아예 물속에 들어가 멱감는 야자나무 잎도 있다
계절이 바뀌고 겨울이 오면
세상 떠야 하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명줄 끊이고 보니 대책 없다고
노란 무늬, 빨간 무늬, 아직 혈기 덜뜰어진 초록 무늬
저마다 낙관인양 제 몸에 삶의 흔적 새기고
잔물결 빌어 이력서를 쓰고 있다

뉴욕에서 왔다는 K,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다는 M,
시카고 Mr, 엘에이 Mrs, Mr, Miss, Mrs-----,
한국에서 왔다는 박씨도 있다
직업도 가지가지이고 사연도 많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고 소리만 무성하다
쇼핑카에 가득 찬 헌옷 가지들, 하소연 들어주기도 지겹다는 듯
간혹, 벌떡 일어나 불어오는 바람에 무료함을 씻어내고
종일 지켜보던 태양은 가장 뜨거울 때 메스를 들이댄다
와이키키 해변 벤치 위에는 수술을 기다리는 너부러진 노숙자들로 가득하다

가끔, 먹어보라고 입을 크게 벌려 물도 가져다주고 빵도 쥐어주면서
상처 자리 들어내고는 외면하는 주민, 더러는
비행기표를 사주면서 고향으로 입원시키자는 주 정부
그러고도 치료해줄 생각은 않으니 이제는
그들의 이력서가 알라와이 운하(運河)에서부터 와이키키 해변까지
흘러 와 차곡차곡 쌓인다. 문득
세상 물정 모르던 유년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저들을 건져내어 책갈피에 끼워두고 오래 다독이다 보면
좋은 세상 소식 전하는 아름다운 엽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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