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5 15:33

걸어다니는 옷장

조회 수 222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걸어다니는 옷장


                                                                 이 월란




그녀의 옷장엔 색색가지의 운명이 걸려 있어
그녀는 매일 운명을 갈아 입지
아침마다 야외 무도회에 나가듯
새로운 가면을 망토처럼 온 몸에 두르고 나간다는데
그녀가 새로운 변장을 서둘러 총총 사라지고 나면
쇠털같은 세월로 짠 쥐색 카디건
트인 앞자락에 누군가의 눈동자같은 단추가 쪼르르 눈을 감고
낙엽의 천으로 지은 바바리 서늘한 가을바람 소릴 내지
건드리면 바스라지는 노목의 진 잎처럼
추억의 조각천으로 꿰매진 자리마다
몽친 실밥덩이 애가 말라 비죽이 나와 있고
꼭 끼는 옷일수록 그녀는 차라리 편했다는데
이 넓은 세상이 꼭 끼지 않던 순간이 언제 있었냐고
저 헐렁한 지평선도 내 몸에 꼭 끼는 옷의 솔기였을 뿐
그래서 봄타듯 여기저기 늘 근질근질하였다고
봉합선이 튿어진 자리마다 낯뜨거운 맨살의 기억
씨아질 하듯 목화솜처럼 흩날리면
벽장 속에서도 혼자 노을처럼 붉어져
말코지에 걸린 모자 속엔 말간 기억도 자꾸만 좀이 쓸고
날개가 퇴화되어버린 벽어 한 마리 질긴 씨실에 갇혀 있지
널짝같은 그 옷장엔 흰 옷이 자꾸만 늘어
수의가 흰색이었지, 아마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14 시조 시린 등짝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27 103
2013 시조 간간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2 103
2012 시조 간간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10 103
2011 윤장로, 건투를 비오 1 file 유진왕 2021.08.06 103
2010 시조 코로나 19 -맨드라미 꽃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9.16 103
2009 시조 유년시절幼年時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08 103
2008 아스팔트 포장도로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1.29 103
2007 나목의 열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2.13 103
2006 겨울바람 하늘호수 2017.02.19 104
2005 가을, 수작 떨지 마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0.27 104
2004 시조 내 시詩는 -기름 한 방울 / 천숙녀 2 file 독도시인 2021.05.15 104
2003 파리의 스윙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6.22 104
2002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1 유진왕 2021.07.28 104
2001 시조 찬 겨울 시멘트 바닥에 누워보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7 104
2000 몸살 앓는 닦달 시대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2.20 104
1999 성백군 2008.05.18 105
1998 시조 오월 콘서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5 105
1997 시조 기다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28 105
1996 시조 오늘도 나는 / 천숙녀 독도시인 2021.06.19 105
1995 가을 묵상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9.15 105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