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탄생은 나/강민경
내가 세상에 태어나던
그전, 전부터 당신은 존재하므로
어디든 따라오고 앞섰다는 사실을
알고도, 당신이 새삼스러운 건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내가 가야 할 길
앞, 뒤에 존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른 새벽부터 듣고 본 일 없이
나를 따라온 것이라는 생각 속엔
먼저 내가 당신에게 맞추려고
보이지 않는 바람을 쳐내며
진날 갠 날 없는 오직 한마음 한뜻은
나무보다 더 신성하려고
들길, 산길을 꺼린 일 없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을 품은 내 자만이었을까요?
차진 당신의 충고에 소홀하지 않고
나를 돌아보라고, 앞을 내다보라고
강권하는 당신은 누구 십니까?
멈추지 않는 강물을
소리 없이 당기고 풀며 절대로 나를
놓지 않는데, 당신의 하늘과 땅을,
이 순간까지 받들어 아쉽고 섧고 아픈 날만이
아닌 기쁨과 희망을 바라보는 열망의 꿈
나는, 벌써 2013년 12월
한 해의 끝자락에서 새로이
당신을 영입하고, 당신을 떠나 보냅니다
싹 눈 적부터 이 순간까지
어디서 무엇을 지향해 왔는지를
알듯 모를 듯, 깨우친 까닭일까요
확실치 않은 자아 때문이었을까요
동분서주한 진흙탕도, 생수만 퍼 올린 샘물도
보이지 않음은
‘참을 인(忍)’ 자를 앞세운 채 묘연합니다
삶과 죽음의 묘한 관계인
참을 忍 자만 여울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