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장도로 위에서 /강민경
유년시절에는 산길 들길 구별 없이
다 내 길이라는 생각에 거침이 없었다
푸른 잔디를 밟는
발바닥은 부드럽고 포근하여
이 또한, 내가 오고 갈 길이라는 생각에
바지 가락 적셔오는 흙탕물 따위에 기죽어
속도를 줄인다거나 소심할 줄 몰랐지!
발자국 늘면서
비포장도로 위 순수한 아이는 간 곳 없고
저 죽을 자리라도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환하고 구김살 없는 포장도로의 유혹에 붙잡혀
등줄기에 피땀 배는 줄 모른다
어제, 오늘로 끝나지 않을
나와 후세들에게 영원히 들썩이는
바람의 특징!
끝이 아니다.
울퉁불퉁 구불구불 돌고 돌다
다가선 황혼, 돌아보면
환하게 뻥 뚫린 포장된 도로가
한결 편한데
잊은 적 없는 고향의 푸른 산과 들에 뛰놀던
동무들이 먼저 와 반기는 소리
추억에 절여 골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