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사랑 / 성백군
임 찾아
나서는 길
달빛이 출렁입니다
그대는
눈뜬장님
임을 보고도 임의 마음을 읽지 못해서
임의 들창에다 그림만 그립니다
바람도 그리고
나뭇가지도 그리고
그리움만 가득 그리다가, 임이
기척에 문을 열면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하늘 높이 도망가 구름 뒤에 숨고,
그러다가 한세월 다 보내고
내 도시의 창가에
때늦게 찾아와
고향 집 벽은 허물어지고
창문은 돌쩌귀가 빠져 덜컹거리고
아무 때나 들락거리며 구석구석 찾아봤지만
휑한 빈집엔
임은 없고 아무도 없다고, 저기
말간 밤하늘 한가운데 크고 둥근 얼굴 다 드러내고는
쓸쓸히 적막을 하소연합니다
나는 어떡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