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의 겨울(2)/강민경
햇볕 드는 담 한편에서
찬 바람 거둬 내는
담쟁이 빨간 잎 아직, 저리 고운가
한 뿌리에서 시작하여
앞만 보고 온 성실함만이
불모지인 담벼락에 촘촘한
길을 낼 수 있었다고
숨 돌리는 여린 가지들 대견스럽다
모래사막이던 담을 끌어안고
헤아릴 수 없이 건너온
봄, 여름, 가을 길 돌아보는
이 겨울까지
바람 잘 날 없던 평생의 이력은
평탄하다거나 호화롭지 않았어도
솔직하고 부지런하게 살았더니
이리 많은 길이 보이더라며
앞이 안 보인다고 가야 할 길을 겁내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빨간 손 흔드는
겨울 담쟁이 몇 잎
아직도 잘 버티는 제 고운 손
꼭 잡아 보라는 당부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