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57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다음은 김정기 시인의 작품으로 시인이 느끼는 지난 생에 대한 그 잔상을 ‘ 아직 풋내 간직한 비밀 밝혀 버리는 한 줌 가을 ‘햇볕’으로 표현한 김정기 시인의 ‘사과꼭지’를 보자.

<전략>
이제는
당신 말이 내 말이고
내 말이 따로 있지 않아
당신이 배부르고 잔기침하면
내 허파에 구멍 내는 겁쟁이지만  

사과나무에도 열매에도
깊숙이 녹아
모진 빗줄기 견뎌오고 그래도 황홀한 길을 내고
씹으면 아직 풋내 간직한 비밀
밝혀 버리는 한 줌 가을볕인가  
                                김정기 ‘사과꼭지’ 일부

시에서 시적인 기교보다는 역시 시의 서사적 가치나 서정성이 우선이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언어의 그림 그리기라 할 수 있는 회화성이 잘 표현되어야 하는 시적 기교가 없이는 좋은 시가 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이러한 양면이 함께 잘 조화된 시라 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혼연일체의 부부로 살아온 부부의 끈끈한 정을 사과와 꼭지라는 상징적 표현으로 그 연결고리를 나타낸 시다. 사과와 나무는 삶이라고 하는 모진 풍파를 겉으로 겪으며 이를 이기고, 사랑의 수액이 흐르는 황홀한 길을 통해서 보람이라고 하는 결실의 열매 맺고 있다. 이러한 결실은 가을볕이라고 하는 인생의 황혼 길을 상징하는 것이지만, 시인은 이를 결실이나 보람이라는 무거운 개념 보다는 풋내라고 하는 풋풋한 젊음을 통해서 아직 힘있게 살아있는 생명력과 그 환희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점은 세월이나 노년 황혼의 무게를 느끼게 하지 않는 밝고 맑은 생명력으로 또 다른 생명력을 불러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올림픽 거리라는 한인 촌을 배경으로 한 한인 2세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는 일종의 이민시로 우리들의 꿈나무인 2세 젊은이들이 우리의 소망대로 자라주기를 기원하는 시다.

<전략>
이국의 땅, 사막에 심어놓은 가로수
지나는 바람에 옆구리를 차이며
웰셔가와 올림픽 거리에 자라는 팜 트리
우리 사춘기 아이들
옮겨 심은 그 손으로 다스려 주시겠지

- 조 옥동의 ‘올림픽가 사춘기의 아이들’ 의 일부

시인은 지상의 모든 것은 신에 의해 운용되듯이 우리가 옮겨와 살게 된 것도 모두 신의 의지에서라고 믿고, 이 땅 위에 사는 우리 젊은 한인 2세들이 이 땅에 뿌리 내리고 반듯하게 성장시켜 주는 것도 신에 의해서 일거라고 기대해 보는 일종의 이민시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우리 젊은이들을 한인타운에서 자라고 있는 가로수인 팜 추리로 상징하고 있다. 팜추리는 남국에서 이곳으로 옮겨와 이제는 이곳 캘리포니아의 상징물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그들의 키에 비해 뿌리가 거의 없다시피 아주 짧고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바람에 꺾이는 일이 없다. 이는 그들이 뿌리는 짧지만 줄기가 질기고 유연해서 바람에 잘 휘어지기 때문이다.
바람은 팜추리에게 고통이듯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부는 바람은 그들이 이곳에서 부딪치는 이민의 고통과 아픔이다. 그래서 그들은 팜처럼 폭풍 같은 바람에 좌우로 휘둘리며 갈등을 겪기도 하고 방황도 하지만, 팜트리가 결코 꺾이지 않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 오듯, 그들 역시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그들에게 폭풍과도 같은 사춘기를 잘 넘겨 이 땅에 굳게 뿌리 내리기를 바란다.
시인의 이러한 소망은 이제 현실적으로 한인 타운에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이 올림픽 가와 윌셔 가에 즐비한 팜 추리와 함께 나풀거리는 한인 간판들의 요란한 빛깔들이다.
일찍이 캐티 송의 ‘사진신부가’ 현지인들에게 관심을 끈 것은 그녀가 쓴 이민시들 때문이다. 우리가 빛을 보기 위해 시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좋은 이민시가 현지나 본국에서 우리 미주시인들의 이름을 빛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0 가장 먼 곳의 지름길 file 박성춘 2009.01.22 218
589 개펄 풍경 성백군 2009.01.22 106
588 누가 뭐라해도 강민경 2009.07.07 668
587 정원에 서있는 나무 강민경 2009.01.20 301
586 동그라미 성백군 2009.07.07 635
585 선인장에 새긴 연서 성백군 2009.01.09 355
584 그대 가슴에 강민경 2009.01.06 230
583 두 세상의 차이 박성춘 2009.07.05 658
582 배꼽시계 강민경 2008.12.20 372
581 그리운 타인 백남규 2008.12.10 110
580 사목(死木)에는 성백군 2009.06.19 629
579 암 (癌) 박성춘 2009.06.23 601
578 고백 강민경 2008.11.21 245
577 저, 억새들이 성백군 2008.11.20 162
576 ,혼자 라는것 강민경 2009.05.26 704
» 언어의 그림 그릭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2) 박영호 2008.11.12 657
574 언어의 그림 그리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1) 박영호 2008.11.12 584
573 참 바보처럼 살다 갔네. 황숙진 2009.05.26 986
572 부부 file 김우영 2009.05.19 607
571 바람의 생명 성백군 2008.09.23 171
Board Pagination Prev 1 ...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