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되어 (7)
장례식...
그의 장례식은 하얀 천를 사방에 둘러친 듯 적막했다.
아무런 장식도, 그 흔한 화환도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빈 공간에 보일듯 말듯 흘리는 미소로 멀리 바라보는 눈짓의
영정 사진이 덩그러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끊어졌다가 다시 또, 다시 들릴듯 말듯 이어지는 울음소리가
그녀의 가슴 속을 긁어내듯 아프게 들려 오곤 했다.
넋을 놓아버린 그의 어머니는 쓰러져 누워 입술만 달작이며 울음을 토해 낼 뿐
이미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몰골로 가족들을 더 깊은 슬픔 속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수경은 그의 영정 앞에 나서지 못한 채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어디에도 눈길을 주지도 못하고, 어디에도 발을 내딛지도 못하고
가빠오는 숨만 쓸어내리듯 가슴에 손을 얹고 발끝만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그의 어머니에게 한 젊은 여자가 조용히 다가가 뭐라 속삭였다. 그의 누나였다.
잠시 숨을 몰아쉬던 그의 어머니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어머니가 들어오라는 손시늉을 하였다.
“거기도 눈빛이 참 멀구먼. 그래 갖고 이 세상을 어찌 살거라고...”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사진과 수경을 번갈아 보며 눈물을 훔쳤다.
“이 속 사는 사람이 그런 눈빛이면 세상 살기가 어려워.
저 애가 그랬거든, 눈매가. 그러니 그애가 거기를 만나자 애원을 했었네.
저랑 똑 같잖냐?”
그의 누나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의 누나는 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어댔다.
“우리 애는 저 좋은 곳으로 갔어. 여기선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지.
그걸 나도 이제사 알았네.
저가 좋으면 나도 좋은거라 했는데...
내가 좋으니 저도 좋은지 알았지. 밤잠 안 자고 열심히도 했어, 내 말대로...
나 좋아라고 그랬었어, 착한 것이...
이제 생각하니... 내가 글케 만들었나도 몰라.
잘 갔어. 잘 갔어...
거긴 맘 쓰지말어. 편케 지내게.
왜 끝에 거길 그렇게 찾았는지 알거 같어.
우리 애가 찾았던거 맘 쓰지말어.
우리 애는 저 좋은데로 갔어.
마지막으로 딱 한번 하고 싶은 대로 한거야.”
그의 장례식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었다.
마당 가득 주홍빛 햇살이 내려 앉은 오후, 그녀가 마당의 평상에 누워 있었다.
분꽃이 가득 피어 있는 꽃밭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그녀의 마음 속에도 한 마리의 나비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녀의 생각은 그녀 속의 나비가 되어 멀리 멀리 훨훨 날았다.
나비처럼 가벼워진 그녀는 여섯살 적 죽은 엄마가 되기도 했다가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그의 곁으로 그가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날아가기도 했다.
세상이 그녀의 눈에 전혀 다르게 비춰졌다.
두려움이었던 밝음이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더 할 수 없는 희열로, 빛나는 세상으로 그녀 앞에 다가오고 있었으며
혼자가 아니어서 더는 외롭지 않게 엄마와 그가 거기 있었다.
전혀 다른 세상, 그 속으로 그녀가 날아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보았다.
햇살이 눈부신 날, 엄마는 가슴에 그녀를 품고 마당 평상에
나와 앉아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고
그 옆에는 그가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그녀는 행복했다.
주홍빛 햇살이 그토록 황홀한 줄을 그제야 알았다.
평상에 누웠던 그녀가 몸을 일으켜 방으로 갔다.
아껴두었던 하늘빛 푸른 원피스로 차려 입은 그녀가 집을 나섰다.
나비처럼 가벼운 걸음을 걸어 나비의 날개짓으로 퍼져오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집을 나섰다.
햇살따라 난 좁은 골목을 지나 갈 때까지,
화단을 가꿔놓은 큰 길가까지도 나비가 따라왔다.
그녀는 사뿐히 버스를 올라탔다.
그 버스는 그가 있었던 정신병원이 위치한 교외로 가는 버스였다.
“우리 애는 저 좋은데로 갔어.
마지막으로 딱 한번 하고 싶은 대로 한거야.”
“… 하고 싶은 대로...”
장례식 그 후부터 내내 그녀의 귀에 들리던 소리였다.
그녀를 편케 해주고 환하게 웃게 해 주던 소리였다.
나비가 되어버린 그녀,
그를 찾아 가는 길에서도 그 소리는 들리고 있었다.
* * * * * * * * * *
이 방법은 사람이 견뎌내기 힘든 현실을
절망하는 방법 중에 가장 비겁한 방법이다.
이 세상 혹은 현실을 버리고 다른 세상을 헤매이는 것.
내가 겪은 그들은 하얀 종이장처럼 구겨지기 잘 하고
맑은 유리잔처럼 투명했다.
단순한 두뇌구조는 타협하는 훈련이 절대 되지 않는다.
다 받아들이고도 또 더 받아들이려 한다.
거절하는 방법도 그들의 가슴은 익히지 못한다.
용량에 넘치게 많은 것들을 다 안아들인 그들은
할 수 있는게 없다.
세상과의 타협도, 타인을 향한 거절도...
그리고 그들은 다른 세상으로 간다.
인사도 없이, 얼핏주는 눈빛도 없이...
남겨진 이에게는 체념만 두고 간다.
장례식...
그의 장례식은 하얀 천를 사방에 둘러친 듯 적막했다.
아무런 장식도, 그 흔한 화환도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빈 공간에 보일듯 말듯 흘리는 미소로 멀리 바라보는 눈짓의
영정 사진이 덩그러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끊어졌다가 다시 또, 다시 들릴듯 말듯 이어지는 울음소리가
그녀의 가슴 속을 긁어내듯 아프게 들려 오곤 했다.
넋을 놓아버린 그의 어머니는 쓰러져 누워 입술만 달작이며 울음을 토해 낼 뿐
이미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몰골로 가족들을 더 깊은 슬픔 속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수경은 그의 영정 앞에 나서지 못한 채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어디에도 눈길을 주지도 못하고, 어디에도 발을 내딛지도 못하고
가빠오는 숨만 쓸어내리듯 가슴에 손을 얹고 발끝만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그의 어머니에게 한 젊은 여자가 조용히 다가가 뭐라 속삭였다. 그의 누나였다.
잠시 숨을 몰아쉬던 그의 어머니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어머니가 들어오라는 손시늉을 하였다.
“거기도 눈빛이 참 멀구먼. 그래 갖고 이 세상을 어찌 살거라고...”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사진과 수경을 번갈아 보며 눈물을 훔쳤다.
“이 속 사는 사람이 그런 눈빛이면 세상 살기가 어려워.
저 애가 그랬거든, 눈매가. 그러니 그애가 거기를 만나자 애원을 했었네.
저랑 똑 같잖냐?”
그의 누나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의 누나는 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어댔다.
“우리 애는 저 좋은 곳으로 갔어. 여기선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지.
그걸 나도 이제사 알았네.
저가 좋으면 나도 좋은거라 했는데...
내가 좋으니 저도 좋은지 알았지. 밤잠 안 자고 열심히도 했어, 내 말대로...
나 좋아라고 그랬었어, 착한 것이...
이제 생각하니... 내가 글케 만들었나도 몰라.
잘 갔어. 잘 갔어...
거긴 맘 쓰지말어. 편케 지내게.
왜 끝에 거길 그렇게 찾았는지 알거 같어.
우리 애가 찾았던거 맘 쓰지말어.
우리 애는 저 좋은데로 갔어.
마지막으로 딱 한번 하고 싶은 대로 한거야.”
그의 장례식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었다.
마당 가득 주홍빛 햇살이 내려 앉은 오후, 그녀가 마당의 평상에 누워 있었다.
분꽃이 가득 피어 있는 꽃밭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그녀의 마음 속에도 한 마리의 나비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녀의 생각은 그녀 속의 나비가 되어 멀리 멀리 훨훨 날았다.
나비처럼 가벼워진 그녀는 여섯살 적 죽은 엄마가 되기도 했다가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그의 곁으로 그가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날아가기도 했다.
세상이 그녀의 눈에 전혀 다르게 비춰졌다.
두려움이었던 밝음이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더 할 수 없는 희열로, 빛나는 세상으로 그녀 앞에 다가오고 있었으며
혼자가 아니어서 더는 외롭지 않게 엄마와 그가 거기 있었다.
전혀 다른 세상, 그 속으로 그녀가 날아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보았다.
햇살이 눈부신 날, 엄마는 가슴에 그녀를 품고 마당 평상에
나와 앉아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고
그 옆에는 그가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그녀는 행복했다.
주홍빛 햇살이 그토록 황홀한 줄을 그제야 알았다.
평상에 누웠던 그녀가 몸을 일으켜 방으로 갔다.
아껴두었던 하늘빛 푸른 원피스로 차려 입은 그녀가 집을 나섰다.
나비처럼 가벼운 걸음을 걸어 나비의 날개짓으로 퍼져오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집을 나섰다.
햇살따라 난 좁은 골목을 지나 갈 때까지,
화단을 가꿔놓은 큰 길가까지도 나비가 따라왔다.
그녀는 사뿐히 버스를 올라탔다.
그 버스는 그가 있었던 정신병원이 위치한 교외로 가는 버스였다.
“우리 애는 저 좋은데로 갔어.
마지막으로 딱 한번 하고 싶은 대로 한거야.”
“… 하고 싶은 대로...”
장례식 그 후부터 내내 그녀의 귀에 들리던 소리였다.
그녀를 편케 해주고 환하게 웃게 해 주던 소리였다.
나비가 되어버린 그녀,
그를 찾아 가는 길에서도 그 소리는 들리고 있었다.
* * * * * * * * * *
이 방법은 사람이 견뎌내기 힘든 현실을
절망하는 방법 중에 가장 비겁한 방법이다.
이 세상 혹은 현실을 버리고 다른 세상을 헤매이는 것.
내가 겪은 그들은 하얀 종이장처럼 구겨지기 잘 하고
맑은 유리잔처럼 투명했다.
단순한 두뇌구조는 타협하는 훈련이 절대 되지 않는다.
다 받아들이고도 또 더 받아들이려 한다.
거절하는 방법도 그들의 가슴은 익히지 못한다.
용량에 넘치게 많은 것들을 다 안아들인 그들은
할 수 있는게 없다.
세상과의 타협도, 타인을 향한 거절도...
그리고 그들은 다른 세상으로 간다.
인사도 없이, 얼핏주는 눈빛도 없이...
남겨진 이에게는 체념만 두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