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터 / 성백군
시동과 동시에 시작되는
아내의 길 안내
처음에는 잔소리더니
어느새 내비게이터가 되었다.
“차선 바꾸고, 먼저
신호부터 줘야지, 멈춤. 사인이야!”
눈 흘기며 돌아보면 찔끔하다가도
또 시작이다
하기야 우리는 서로가 부부이니
아내는 입으로 머리로 나는 손으로 발로 운전한다.
이러고 산 지가 몇십 년
아내의 잔소리가 없으면 일상도 멈춰 선다
당신이 없으면 머리가 하얘진다고 하였더니
당신이 없으면 내비게이터가 무슨 소용 있남, 하다가
“여보 조심해!”
끼이익 블레이크 밟는 소리
“나 과부 될 뻔했잖아,” 사람들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