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6 19:26

등외품

조회 수 227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등외품 / 성백군
                                                                                  


금 간 사과, 벌레 먹은 복숭아,
기미낀 배, 주근깨 범벅인 오렌지,
가을볕에 화상을 입은 먹 감들이
마켓 바닥 한구석 광주리에
세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들어있다.
다 상한 것들이라서
세간의 주목에서 밀려나
돈 많은 사람 성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가난한 사람 상처 입은 사람의 눈에만 들어오는 것
비록, 진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저들의 삶이 하잖은 것은 아니다.
알만한 사람은 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다 안다
새도 알고 벌레도 알고 단 것만 쪼아먹고 파먹는다
익을 대로 익어서 더는 못 견디고 떨어져 깨졌으니 얼마나 맛있겠나 마는
돈 되는 것 겉모양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에 치이고 밀려나
싸구려 취급을 받는다고, 버려져 썩어간다고
광주리에 담긴 몇 개,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사람도 냄새를 풍긴다
홀아비 냄새 홀어미 냄새
이마엔 주름살 늘어나고 눈꺼풀 처지고 이빨 몇 빠지고
귀먹고 눈 어두우면 노인 냄새가 난다
등외품들이 모여드는 곳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인고의 냄새가 난다. 그 냄새 맡을 줄 아는 사람 역시
등외품이다
등외품 과일이 등외품 사람을 쳐다보는 눈길이
따뜻하다.

   *시마을 작가회 2013년 11월의 詩 선정작
                 563 - 11022013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9 2월 이일영 2014.02.21 187
848 나무 요양원 강민경 2014.01.23 362
847 담 안의 사과 강민경 2014.01.17 331
» 등외품 성백군 2014.01.06 227
845 초승달이 바다 위에 강민경 2014.01.04 445
844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성백군 2014.01.03 382
843 장미에 대한 연정 강민경 2013.12.26 573
842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아침에 이일영 2013.12.26 327
841 수필 감사 조건 savinakim 2013.12.25 320
840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강민경 2013.12.03 292
839 단풍 한 잎, 한 잎 강민경 2013.11.23 303
838 아동문학 호박 꽃 속 꿀벌 savinakim 2013.11.22 426
837 억세게 빡신 새 성백군 2013.11.21 244
836 낙엽단상 성백군 2013.11.21 201
835 보름달이 되고 싶어요 강민경 2013.11.17 234
834 갓길 불청객 강민경 2013.11.07 272
833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304
832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71
831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318
830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윤혜석 2013.11.01 425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