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세상 / 성백군
손을 펴면 세상이 보여요
손바닥에는 길이 있고 강이 있고
손금들이 다 지나온 길이고 남은 여정이네요
오므리면 계곡, 참 깊어요
생명선 결혼선 운명선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네요
갈라지고 끊기고 또다시 이어지고, 험한 세상
잘 견디며 왔네요
사느라 바빠서 그게 고생인 줄 모르고 살아온 덕에
바닥에는 굳은살이 배겨서
반들반들, 빛나는 곳도 있네요
운명이라는 것 있나요?
혹, 있다면 피해 갈 수 있었을까요?
안다면, 불도저로 모퉁이를 밀어 여울물을 없애고
시멘트를 발라 웅덩이를 내쫓고---
벌써 세상 끝났겠죠
지문조차 밀어버렸을 테니까요
하늘에도 점성술이 있다는데
알려고 힘쓰는 것이 사는 것보다 어려워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더니
별들이 손바닥에 내려와 뜨네요
손금과 손금이 만나 별이 된 곳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이야기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리고
내 있는 자리를 찾아, 살 궁리하다 보니
어느새 동이 틔네요
*시마을 작가회 2013년 10월의 詩 선정
554 - 0927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