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10월 숲이
단풍 들었네요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울긋불긋 고운 옷 입었네요
언덕 위 거친 억새도
세월에 길들어 하얗게 철이 들고
힘 자랑하던 땡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성긴 잎 사이로 얼굴을 붉히고
사나운 밤송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하고,
그러다가는 이빨 다 빠지고 합죽이가 되겠습니다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차려놓은 밥상 먹기도 전에 내 갈까 봐
제 밥 챙기기도 바쁜 달인데
감사할 일입니다
오뉴월 가뭄에 말라죽고
칠팔을 장마에 떠내려가고
이래저래 이 땅에 살기가 쉽지 않은데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고, 바람과 햇볕을 의지하여
나는 큰 대자로 땅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헤아립니다
천제는 이렇게 드려야 하는 것처럼
눈을 감아 봅니다
637 - 10272014
시
2014.11.07 16:16
10월의 제단(祭檀)
조회 수 216 추천 수 1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29 | 시 | 엉뚱한 가족 | 강민경 | 2014.11.16 | 247 |
928 | 시 | 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 2014.11.14 | 208 |
927 | 시 | 얼룩의 소리 | 강민경 | 2014.11.10 | 321 |
926 | 수필 |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물길 막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 | 김우영 | 2014.11.09 | 615 |
» | 시 | 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 2014.11.07 | 216 |
924 | 시 | 숙면(熟眠) | 강민경 | 2014.11.04 | 202 |
923 | 시 | 가을비 | 성백군 | 2014.10.24 | 202 |
922 | 시 | 군밤에서 싹이 났다고 | 강민경 | 2014.10.17 | 333 |
921 | 시 | 내가 세상의 문이다 | 강민경 | 2014.10.12 | 201 |
920 | 시 | 가을 밤송이 | 성백군 | 2014.10.10 | 347 |
919 | 시 | 그늘의 탈출 | 강민경 | 2014.10.04 | 246 |
918 | 시 |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 성백군 | 2014.10.01 | 193 |
917 | 시 | 바람의 독도법 | 강민경 | 2014.09.27 | 173 |
916 | 시 | 종신(終身) | 성백군 | 2014.09.22 | 263 |
915 | 시 | 시간은 내 연인 | 강민경 | 2014.09.14 | 222 |
914 | 시 | 얼룩의 초상(肖像) | 성백군 | 2014.09.11 | 217 |
913 | 시 | 끝없는 사랑 | 강민경 | 2014.09.01 | 335 |
912 | 시 | 유쾌한 웃음 | 성백군 | 2014.08.31 | 177 |
911 | 시 | 한낮의 정사 | 성백군 | 2014.08.24 | 381 |
910 | 시 | 외로운 가로등 | 강민경 | 2014.08.23 | 4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