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필법/ 강민경
코끝 스치는 바람 한 자락에
눈물 질금거리는 순정도 쓰고
깊은 밤 잠 못 이루며
머릿속 멀고 먼 곳을 헤매는
열정도 새깁니다
때아닌 열풍에 도시가
지글지글 끓어 넘치면
숨이 탁탁 막히다가도
매미 소리에 가슴속 화는
갓난아기 숨결같이 사르르 녹아
잔잔한 비로 내려
이 바람 저 바람의 변덕들
한통속의 족보임을 드러냅니다
변화 속 계절을 누벼, 돌고 도는
사건 사고의 삶 속에서도
파종해 놓았던 수확을 얻는
만족감
저 나름으로 익힌 자유가
본래 제가 가진 근원이라고
고백하는 순간순간까지도
지켜서 가야 하는 길이기에
아무에게도 머물 수가 없다고
바람이 써 놓은 두루마리 어디가 끝인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