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안다고요/강민경
청명한 하늘만 바라보는 듯한 사람에게도
한쪽 어깨가 짓눌리는 구름은 살고
비 내리는 밤으로 사는 듯한 사람에게도
희망으로 반짝이는 별빛은 있습니다
내가, 나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내 눈높이로 판단하고, 내 잣대에 맞춰
적당히 버무린 오만을 자연현상이라고 믿고
하늘을 안고 흐르는 강물같이
단 일 초도 앞뒤 돌아볼 새 없는
가슴이 틔어나온 여자나
아랫도리가 불룩한 남자나 똑같다는
정의는
왠지, 야릇하고 휑하고 시시합니다만
각자 자신에게 무성한 우월감은
세상을 일찍 깨우친 어른이
세상을 모르는 갓난아기 적에
벌써 자기를 다 꺼내 써 버린 뒤였거나
앞이었을 테니까요
청명한 하늘로 살든 비 내리는 밤으로 살든
고운 마음씨, 몹쓸 자존심, 질투투성이인
변덕쟁이 남남, 여여! 자기도 자신을 모르면서
남인 나를 잘 안다고요?
아! 네, 그렇겠네요. 묻는 듯 화답하는
강물은
오늘도 지켜보는 중이라고
하늘을 품고, 땅에서 뜀박질해대는 나처럼
풍경으로 풍상을 지우며 쉬지 않고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