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가 나에게/강민경
카피올라니* 공원에
위로 솟구쳐 꽃 한 송이 피우고
미련없이 떨어지는 꽃잎 같은 물살
날마다 보아도 정해준 만큼씩만
올랐다가 더 높이 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하는 분수대에
작정하고 다가가 말을 시키는데
같은 말을 되풀이할 것이라 짐작한
내 생각과 많이 달랐습니다
보셨지요
높이 더 높이 오르다 추락하면서
내 능력은, 정해진 만큼에서만
피고 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나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내 속성이
물임을 숨기지 않을 것입니다
나와, 만물들이 각자의 능력 안에서
꽃피우고 지는 자연스러움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능력이라고
처음으로 돌아가지만 쉽게 꺾이는 일 없이
다시 새롭게 피어오릅니다.
무의미 속에 무너져 내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는 내 본성을 지키느라 날이면 날마다
온 힘을 다하느라 피땀을 흘린다며
사방으로 튕기는 땀방울 같은 물방울
기세등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