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독후감 / 강민경
타고난 역마살에 깊은 잠들지 못하는
바람의 천 만년 세월
강산에 풀, 나무, 바다와 들, 동네와 하늘 위,
구름 책까지 모은 도서관에 들어
다독이고, 흔들고, 뒤집는 세상을 깨우치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그 많은 책 중에 모두의 맘에 쏙 드는
책 찾는 들썩임에 이리저리 몰리며
비틀거리고 부대끼다 상한 흔적들은 흉해도
새싹은 보배롭습니다
저 투정 언제 끝날까?
도서실에 책들 쩔쩔매는데 어느새,
모르는 척 새 침 떼는 바람
순간을 잡아 몸속 한쪽을 채운 포만감은
먼 길 돌고 돌아 가뭇한 새벽
어느 곳에서 왔는지!
때 없이 불쑥 나타나 통성명 없이 쓴
독후감이 맘에 들었느냐며 제가 저지른
흉터는 안중에 두지 않습니다
들쑥날쑥 매끄럽지는 않아도 세상 모든
도서관 안에
있는 정 없는 정 다 쏟았으니
제 할 일은 여기까지였다는 당당함
하늘에 흩어진 구름까지 엮어 놓은 자상함과
그의 파란만장한 생의 내일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