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모르는 대나무/강민경
아침 햇빛 곱게 비추는 산언저리
바위틈새에 태어나
외길만 고집하는 대나무를 보며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멍청합니다
종점(終點)에서 시점(時點)으로
시점(時點)에서 종점(終點)에 이를 동안
몸 안의 세포 사이사이로 흐르는
외줄기 짙푸른 혈관을 부러워하는
나무들, 풀들, 그리고 나,
차진 흙 속에 뿌리내리고 살면서도
폭풍이 몰아칠 때면 쓰러지거나
꺾이지 않으려고 납작 엎드려
파랗고 붉은 말 수런거리는 일
한, 두 해가 아닌데
긴 세월 하루같이 외길만 고집하는
이, 뭘 모르는 키 큰 대나무가
세상 물정 모르는 나 같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들어야 할지! 외면하는
내 무릎 관절이 시큰시큰 저려옵니다
몸 밖에 단단한 마디
한 걸음 한걸음 놓을 때마다
몸 안을 비우며 흘렸던, 아니 흐르는
피땀에 외길만 보이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