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시인 / 성백군
아내와 함께
저녁 산책길을 나섰습니다
나는 거침없이 지껄이고
아내는 끝없이 깔깔거리고
하늘도 우리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는지
구름을 걷어내며 얼굴을 들이미네요
별들이 반짝거리고
수많은 하늘의 눈알이 초롱초롱 빛나요
사실, 새로운 것이 없는
무덤덤한 일상이에요. 그러기에
눈으로 마음으로 특별한 것을 만드는 거에요
되지도 않는 말이지만 그러다 보면
시(詩)가 눈을 뜨거든요
그 눈빛 하나하나가
우리의 시(詩)를 짓는 기쁨입니다
터를 닦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바람 불러들여 화단 만들고 햇빛 꽂아 꽃을 피우고---
아내의 말마따나
우리는 점점 미쳐가나 봐요
멍청해지고 실실 웃고
게다가 요즘은 아내가 한술 더 떠
컴퓨터 앞에 앉아 시(詩)와 노느라 밥도 안 챙겨 주고,
온전한 가정을 이루려면
부부시인은 절대 되지 말아야 합니다.
672 - 0418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