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반지 / 성백군
“쨍그랑”하고
비상벨의 위험신호 처럼
샤워장 타일 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결혼반지
어언 40년을 연결해 준 저 고리
이제는 헐거워져 더는 버티기가 힘겨운지
자꾸 빠진다
너무 무심했던가?
남에게는 하노라고 하면서도 정작
아내에게는 무엇하나 해 준 기억이 없으니,
가깝다는 이유로 고맙다는 말 대신
억지 쓰고 무시하고 무례히 행하고,
요즘은 황혼이혼이 많다는데---
그렇더라도
내 아내는 아닐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면서도
반지가 빠질 때마다
빠지는 족족 즉시 주어 손가락에 다시 끼우는
저 연결고리
내 손가락에서 낡았으니,
빼 내 봐도 이미 지문까지 새겨 놓았으니,
이제는 되돌릴 수도 없고
자주 살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왜냐하면
낡았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값이 올라
결혼할 때보다는 엄청나게 고가(高價)거든
자식 셋에 손(孫) 여섯,
억만금을 줘도 못 바꿀 보배가 되었거든
673 - 0424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