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사색 / 성백군
다이아몬드 헤드 산기슭
해안도로 갓길 낡은 아스팔트 위를 물이 흐른다
꼬불꼬불, 낮은 곳을 따라 흐르다가
높은 곳을 만나면
멈칫거리다가 다시 뒤돌아 가든지,
기다리면서 힘을 모아 넘어가든지
작은 물줄기라도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도관이 터진 것일까?
뒤돌아보면
나도 가계(家系)의 옆구리에서 세 나와
일가를 이루기까지 저 물줄기처럼 어지간히
꾸불거렸다
경북 상주 내서 능바우 산골에서 태어나
대구로 서울을 거쳐 하와이까지
수십 번의 이사를 하고 와이키키에서 안착하기까지는
자식들 삼남매도 한몫했다
이제는 아이들도 다 떠나고 내가 있는 곳은
호텔 1동 1107호, 간도 한 칸
호텔은 나그네가 잠시 쉬었다 가는 곳 아닌가
얘들아,내 흐름은 여기까지니 지금부터는
너희가 본류고 내가 지류다. 넘실거리는 강이 되어라.
벌써, 오늘 하루의 산책길도 내리막 끝 길
내 인생길도 그러한데 바람은 여전히 거칠게 분다.
세 시간 도보에 지친 무릎은 주춤거리고
뒤돌아보니 저녁 어스름 속으로 지나온 길이 까무륵하다
쉴 시간이 없다고 바람은 등을 마구 밀고
어둠 속 벼랑 끝에서 나뭇잎 한 잎 빗금을 치며 떨어진다
바람에 날리며 껑충껑충 땅바닥에 닿을 듯 말 듯 구르는 낙엽은
세파에 밀리는 사람 한평생
앞으로 남은 생이 대충대충 급하다는 징조일까?
이제, 그만 갔으면 좋겠다
마음은 이미 쉴 곳을 찾아 바람벽을 더듬는데
몸은 아직은 아니라며
마음이 내 안에 있는 한 멈출 수가 없다며
마지막 여력을 다해 기운을 모으느라
잠시 수평선 위 서녘 하늘이 환하다
지는 해를 배웅하느라 끙끙 피똥을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