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향기/강민경
바람 불어오는
바다 저편 고향 언덕배기에서
향기 날리는 하얀 밤나무 꽃
벌, 나비 발목 잡아당기는 소리
닫혔던 내 귀를 엽니다
담 넘어 목울대 세우는
붉은 장미꽃 연정에 이끌려
멈칫거리는 차들, 산책길 주춤거리는 발소리들,
그녀의 매혹적인 눈 윙크에 끌려
흘러간 반 토막 세월에, 남은 반 토막을
접목합니다
아카시아 하얀 꽃 떨군 자리에
하나씩 되살아난 그리움 채우듯
홀로 쑥쑥 피워 올리는 각시 꽃
하늘 바라기는,
바다 건너 고향 기웃거리는
나 같이, 쓸쓸하고 애처롭습니다
하늘 찌르는 푸른 숲에 나무들
해와 바람에 목울대 세우는
빨간 장미꽃 연정을 빌어
하얀 밤나무 꽃 사연을 엮어
각시 꽃의 귀를 열어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