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9 16:20

수덕사에서

조회 수 22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수덕사에서  /신 영



여름 장맛비에 씻긴 하늘은 시리도록 파랗고
오래 묵은 낡은 발자국 따라 산사를 오르며
푸릇한 대나무 숲길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
풍경을 흔들던 바람은 달려와 즐거운 마중을 하고
속세에서 묵은 먼지를 털며 일주문 앞에 섰습니다

몸과 마음에 있는 무거운 짐들일랑 내려놓고
빈 몸과 마음이길 소망하며 간절히 모은 두 손
발걸음을 하나 둘 옮길 때마다 소원을 빌고 빌며
지금에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의 인연이 고마워
눈물을 훔치며 계단을 올라 금강문에 섰습니다

오가는 많은 인파의 움직임이 살아있음이라고
살아있음은 꿈틀거리는 몸짓이고 마음 짓이라고
몸과 마음도 갈고 닦지 않으면 녹슬고 썩어진다고
매일마다 씻고 갈고 닦아 윤기가 흐르도록 하라고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우며 사천왕문에 섰습니다

치지 않아도 가슴에 울림으로 남아 흐르는 범종
기다림을 잊어버린 세상을 향해 일깨우는 소리
마른 물고기 뱃살을 발라먹고 두들기는 염치에
굳어버린 양심은 동심원을 그리며 울음을 내고
둥둥 거리는 법고의 울림이 세상을 향해 퍼집니다

세상의 오랜 그리움을 쌓아올린 삼층석탑에는
묵은 기다림에 젖은 이끼들이 검붉게 타들고
숭숭 뚫린 가슴마다 동여맨 그리움의 탑 돌이
설익은 달밤에 안타까운 달빛만 석탑을 돌다 지쳐
새벽을 마중하며 추녀끝에 이슬을 만듭니다

가지런히 놓인 돌계단을 올라 대웅전에 서니
인자한 눈빛으로 마중하는 고요의 숨결 소리
차마, 마주 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모은 합장
서툰 삼배의 몸짓에 마음의 정성을 모아 드리니
길게 타들던 가슴은 젖어들고 눈물이 고입니다

돌아 나오던 대웅전 문지방에 마음을 얹어 놓고
툇돌 위 벗어 놓은 가지런한 신에 발을 담그며
마자 묶지 못한 양쪽 신발끈을 묶으며 합장을 하고
아뢴 귀한 약속 지켜달라고 마음으로 빌고 빌며
올랐던 돌계단에 하나 둘 발걸음을 내려놓습니다









  1. No Image 07Mar
    by son,yongsang
    2010/03/07 by son,yongsang
    Views 853 

    세월 & 풍객일기

  2. 세월 측량하기 / 성백군

  3. 세월호 사건 개요

  4. No Image 31Jul
    by 성백군
    2008/07/31 by 성백군
    Views 173 

    소라껍질

  5. 소망과 절망에 대하여

  6. 소소한 일상이 그립고

  7. 소음 공해

  8. 소화불량 / 성배군

  9. 속살을 보여준 여자-고대진

  10. 속죄양 -어머니 떠나시던 날 / 천숙녀

  11. 손 들었음

  12. No Image 20Dec
    by 강민경
    2005/12/20 by 강민경
    Views 295 

    손님

  13. No Image 13Aug
    by 서 량
    2005/08/13 by 서 량
    Views 293 

    손들어 보세요

  14. 손안의 세상

  15. 손을 씻으며 / 천숙녀

  16. No Image 31Dec
    by 성백군
    2005/12/31 by 성백군
    Views 205 

    송년사

  17. No Image 19Jul
    by 이은상
    2006/07/19 by 이은상
    Views 333 

    송어를 낚다

  18. No Image 04Sep
    by 박성춘
    2007/09/04 by 박성춘
    Views 443 

    송장 메뚜기여 안녕

  19. No Image 19Nov
    by 김은경시인
    2020/11/19 by 김은경시인
    in
    Views 169 

    수국

  20. No Image 19May
    by 신 영
    2008/05/19 by 신 영
    Views 224 

    수덕사에서

Board Pagination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