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꽃을 바라보며/강민경
크고 작은 봄꽃들
소리소문없이 제 할 일 다 했다고
제가 낳은 열매 미련 없이 떼어 내고
지나온 길
애써 돌아보지 않겠다는
꽃잎의 단호한 춤사위에
허공 가르는 바람 자축을 거들며
이별을 부추깁니다
왜 아니
걱정되지 않겠습니까
비 오고 바람 불 때는 감기 걸릴라
밤이면 못된 벌레에게 먹힐라
떠나는 것이 모질다는 것을 알지만
때로는 모진 것도 사랑이라며 숲에 맡기고
그냥 허공을 나릅니다
누가 알았겠습니까
햇볕이 어미 되고, 바람이 아비 되고
새소리 풀벌레 울음소리
음악이 되어 착하고 알차게 자라나는
저 어린 열매는
어미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키운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는 듯
봄꽃 낙화
생을 길 위에 내려놓고
편안히 누워 잠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