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도 비켜선다/강민경
가시나무에 꽃이 피었다
꺾고 싶은데 가시가 있어 망설이다가
꽃 속 꿀을 따는 벌을 본다
벌은 꽃에서
노동자로 꿀을 열심히 따 모으지만
종내에는 사람에게 다 빼앗기고
정작, 제 것은 없을 텐데
꿀 따는 동안 남은 달콤한 맛에 취해
무아지경이다
사람들은, 죽을 때는
하나도 가지고 가지 못하면서도
강도처럼 벌이 모아 놓은 꿀을 다 빼앗는다
더 많이 가지려는 고리대금업자 같은 습성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비록 가난하지만
그래서 장래가 암담하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현실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사는
저 벌의 생애가 참삶 아닌가
가시나무꽃 속에서
꿀을 따는 벌, 그 재주가 좋다
세파에 휘둘리는 일 없이
열심히 일하는 벌에게는 못 당하겠다
가시도 비켜선다
지금의 나를 지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