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찍는 사진/강민경
찰칵찰칵
요즘은 전화기에 카메라가 있어
아무 데서나 아무것이나 잘 찍습니다
사람, 풍경뿐만 아니라
메모도 찍고 동영상을 만들고
그러다 보니 과부화가 되어
소화가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아,
기억은 있는데
언제쯤 어느 구석에 찍혀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찾질 못합니다
치매일까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만나는 수많은 사람,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몇 안 되니
이제는 가슴으로 찍으렵니다
꼭 끌어안고 힘 보태고
느닷없이 달려들어 키스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면
날마다 나를 꺼내 보겠지요
찰칵찰칵
그 방법으로는 찍히지 않습니다
가슴으로 찍어야 진짜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