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세뱃돈을 챙기며/강민경
큰아들 내외와 두 손자 것
작은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 것
딸 내외와 외손자 외손녀 것
따로따로 세뱃돈을 챙기며
내년에도 이런 날이 있을까
잠시 잠깐 생명의 끈을 점검한다
새해 첫날 아침 창밖의
햇살이 이런 내 마음을 들여다본 듯
맑고 밝게 내 몸을 감싸는 따뜻함
새날은 특별히 챙기지 않아도
당연히 챙길 줄을 알고
조상님부터 막내에 이르기까지
손가락 꼽으며 심지어 가까운
친지까지 챙기는데
나는 언제나 빠지고 없어도
없다는 생각이 안 드는지!
겨우 알아챈다
나는 어머니다.
어느새, 어머니가 되고
잊고 살던 어머니는
내 어머니였다는 걸 이제야 깨달아
돌아볼 줄 알게 된 것이다
아, 내 세월에, 내가 이리 무심하다니
어머니를 닮고 말다니! 기어이 어머니를 닮고 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