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 필재 김원각
처마가 뒤집히고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하천이 범란한 곳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다
허리케인 레인(Lane)이
우리 동네 오하우(Oahu)로
떼 지어 몰려오더니
옆집 텃밭을 도랑으로 만들고
김 씨네 화단 화초는
모두 모가지를 분질러 놓았다
닿는 것마다 싹 쓸어버릴 기세더니
어린 싹은 손 안대고
슬며시 물러간다
해 뜨자 얼음 녹듯 헤- 풀어져 사라진다
일용직 박 씨는
오늘도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허물고, 짓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허리케인 지나간 후
다시 복구가 시작되듯이
사람 산다는 게 다 그런 거라며
햇님의 뒤통수치며 환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