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주례사 / 성백군
며칠째
샤워하고 세수하고
시도 때도 없이 구름을 씻어내더니
드디어 하늘이 파랗습니다
그동안
먹고 마시고,
마른 땅이 생기가 올라
초록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길 나설 채비를 합니다
하늘이 문을 열고
땅이 나들이 나왔으니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동산이 맞선자리를 깔아놓았습니다
하늘과 땅은
태곳적부터 천생연분 아닌가요,
가뭄 홍수로 매 맞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며
아들딸 많이 낳고 풍년이 되라며
아침 해가 주례사를 낭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