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당 / 성백군
시집 : 동행p29
마당이 넓은 집
십수 년 전에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날부터 어머니 혼자 사셨다
당신 고생하시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잠시 귀국하여 머무는 동안은 농사 접겠다고 하셨는데
몇 년 후 와 보니
아들 집 떠나자마자 다시 시작하신 농일
앞마당이 텃밭으로 변했구나
아버지 등 같은 마당을
어머니는 아들 생각에 사정없이 팠을 것이다
그래도 그리움이 가시지 않으셨는지
한여름 뙤약볕이 골마다 눈물에 젖어
배추 무 고추 마늘 참깨 들깨 콩
잘도 자랐구나
어느새 성큼 다가선 가을 한 날
추수한 알곡을 몫 지어 나누어 놓고
시집간 딸들이야 해마다 들리니 무슨 염려가 있으리오마는
이민 간 아들 몫은 어찌할거나
먼 하늘 바라보시는 어머니의 눈빛에
설움이 고여
낯설고 까마득한 거리가 못내 미운데
친구놈 찾아와 주책없이 하는 말
딸네만 챙기지 말고
미국 간 아들에게도 보내 주셔야지요
어머니 벌컥 화를 내시며
그놈 부자나라에 가서 잘 산다는데, 설마 먹을 것 없을까 봐
그래놓고 돌아서서 우셨단다
인편에 보내주신 밑반찬 잘 받았다고 전화했더니
나, 귀먹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다
전화비 오른다. 그만 전화 끊어
찰깍,
어머니도 참, 구십 노인 안부도 못 물어봤는데
삼십 넘은 손자 손주들은 밥상에 앉아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으며
우리 할머니 음식 솜씨 최고라며 잘도 먹는데
나는
한 숟갈 뜨다 말고 가슴이 자꾸 저려
눈물만 먹는다
까닭 모르는 아이들 물음을 뒤로한 채
어머니의 마당은 깊어만 간다.
*31 - 06142005
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작